[문학기획] 영암군 서호면 엄길리 천년수 느티나무의 자랑거리, 관광콘텐츠 가능성 크다!

"엄길리 느티나무는 엄길리 마을의 상징인 동시에 영암군 지역의 대표적인 노거수이다"

김성후 | 입력 : 2024/02/21 [19:20]

▲ 국립공원영암월출산 자락인 전남 영암군 서호면 엄길리 539 엄길마을의 느티나무는 전라남도 보호수로 1982년12월2일 지정되었다. 수령은 800년이 넘는다. 높이 23m, 가슴 높이 둘레는 8.4m에 이른다.  (촬영=2024년 2월21일 본사 사진부)


우리 조상들이 신성시했던 3대 신목은 느티나무, 은행나무, 팽나무이다. 그리고 이들 나무는 아주 오래 사는 특성을 가져 장수목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이들 나무는 전국적으로 오랜 세월을 간직한 채 노거수가 된 사례가 수도 없이 많다. 특히, 전국의 보호수 약 14,000그루 가운데 느티나무는 7,300여 그루로서 50%가 넘으니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다음으로 소나무가 약 1,800그루, 팽나무가 약 1,400그루, 그리고 은행나무가 약 800그루가 된다. 

 

그렇지만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숫자로는 은행나무가 약 20그루이고 느티나무는 10여 그루이다. 전남에는 하나의 단일목으로서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느티나무는 영암군 군서면 월곡리 747-2 번지의 느티나무(283호), 담양군 대전면 대치리 한재초등학교내의 느티나무(284호), 그리고 장성군 북하면 단전리 291번지의 느티나무(478호)가 있다.

 

여기에서 살펴볼 영암군 엄길리 539번지의 느티나무는 아직 천연기념물이 되지 못하고 전라남도 보호수로서 지정되어 있다. 국립공원 월출산 자락인 서호면 엄길마을의 이 느티나무는 800살이 넘는다. 높이 23m, 가슴 높이 둘레는 8.4m에 이른다. 여러 갈래로 자란 나무의 가지와 잎이 달린 수관의 폭은 지름이 20m나 된다. 

 

전라남도내의 세 그루 천연기념물 느티나무와 엄길리의 보호수 느티나무는 저마다 특징과 자랑거리를 가지고 있다. 담양의 천연기념물 284호 느티나무(600살)는 초등학교 교정 옆에 위치하여 항상 사람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교정에서 운동과 산책을 하는 많은 사람의 일상 가운데 늘 친근한 이웃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명물이 된 담양의 느티나무는 가슴높이 둘레가 9m가 되지 않지만, 수고는 무려 34m로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고 있다. 우리 지역 어디에서도 그만큼 높은 나무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이다. 세상에 이렇게 큰 나무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고개를 들어 감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운동장 저편에서 감상해야 전체 나무의 윤곽을 잡을 수 있을 정도이다.

 

한편, 장성의 천연기념물 478호 느티나무는 400살에 불과하지만 둘레는 10.5m로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나무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장군나무’로도 불린다. 이 나무는 수고가 28m에 불과하지만, 맷집이 있어 가장 거대한 나무가 된 것이다. 수관폭, 즉 수관의 거리도 남북으로 34m에 달할 만큼 넓은 그늘을 만들어 주는 음영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사진=수래정 정자 좌측의 회화나무는 전라남도 보호수로 2008년 4월 30일 지정, 수령은 400년 수고 15m, 둘레 2.6m, 사진=정자 우측 소나무 전라남도 보호수 2008년 4월 30일 지정, 수령 400년, 수고 15m, 둘레 2.8m, 소재지는 영암군 서호면 엄길리 470-1 이다. (촬영=2024년 2월21일 본사 사진부)

 

영암의 천연기념물 283호 월곡리 느티나무는 23m의 수고에 둘레도 7.5m에 불과하지만, 그 수관폭은 키가 훨씬 큰 담양의 느티나무와 비슷하게 남북으로 28m나 된다. 엄길리 느티나무는 월곡리 느티나무와 영암군내에 함께 존재하지만 서로간에 극명한 특징과 이야기거리를 간직하고 있다. 똑같은 느티나무이지만 따지고 들어가 세세히 알아보면 서로 다른 태깔을 가지고 있는 점이 참으로 흥미롭다.

 

우리나라에서는 느티나무를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다. 마을마다 어귀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주는 정자목으로 주로 심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마을 중심에 당산목으로 심기도 하여 당산제를 오랫동안 지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래된 느티나무는 마을을 지켜주는 수호신이자 당산목으로 여겨서 각별히 보호하였다.

 

엄길리의 느티나무는 수형이 잘 발달하여 아름답고 균형이 잘 잡혀 있다. 이 느티나무는 엄길리 마을과는 약간 떨어져 있지만 지금은 마을 어귀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이다. 느티나무 근처에 마을의 동네버스 정류장이 있으니까 옛날과 달리 마을 어귀로서 손색이 없다. 동네를 우회하는 신도로가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이 느티나무는 생뚱맞게 마을과 분리된 들판에 서 있는 셈이었다. 그렇지만 이제는 큰 길가에 위치하여 차들이 느티나무 앞을 바로 질주한다. 

 

이 느티나무는 빠른 속도로 지나가는 찻속에서도 창밖을 흘끔 쳐다보아도 바로 눈에 띌 수밖에 없다.  마을에서 약간 떨어진 개활지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즉, 느티나무가 농경지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허허벌판에 오직 한 그루만이 홀로 서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보면 들판 건너 엄길리 마을 가운데의 큰 나무들이 몇 그루 그대로 눈에 들어온다. 

 

▲ 장동사, 임진왜란 때의 공신인 장수 전몽성, 전몽진, 전몽태 삼형제 충절을 추모하기 위하여 세운 사우(祠宇)이다. 전라남도 기념물 제109호로 1987년 6월 1일 지정됐다.  (촬영=2024년 2월21일 본사 사진부) 

 

이들 나무는 영암 천안전씨의 사당인 장동사(長洞詞) 앞의 보호수 선비나무(회화나무)와 곰솔 노송들이다. 엄길리는 여러 고목 보호수를 한꺼번에 볼 수 있어서 참으로 탐방할 가치가 있는 곳이다. 말할 수 있다. 참고로 회화나무는 우리 선조들이 길상목이라고 하여 집안에 심으면 가문이 번창하고 큰 인물이 난다고 믿었다. 그래서 선비의 집이나 서원, 사찰, 대궐 등에만 심었고 특별히 국가의 충신이나 공신, 학자들에게 임금이 회화나무를 하사하여 심도록 한 사례가 빈번하였다.

 

이 느티나무가 있는 곳에서 버스정류장을 우측으로 돌아 마을 안쪽으로 들어가면 마을의 다리 입구에 좌측으로 장동사가 있다. 임진왜란 때의 공신인 장수 전몽성, 전몽진, 전몽태 삼형제 충절을 추모하기 위하여 세운 사우(祠宇)이다. 이 사당은 임진왜란 때 공신인 전몽성(1561∼1597)을 추모하기 위해 세운 사당인데 영암에서는 엄길전씨라고 흔히 부르는 천안전씨 전몽진과 전몽태 형제를 함께 모시고 있다. 1987년 6월 1일 전라남도의 기념물 제109호로 지정되었다.

 

전몽성은 임진왜란 때 의병대장인 고경명을 따라 대표적인 혈투인 금산전투에 참가했으며 이후 그 공로를 인정받아 함평군수에 제수되었다. 정유재란 때에는 유장춘 등과 힘을 합쳐 율치전투에서 싸우기도 하였으나 아쉽게 선조 30년(1597) 현석포 전투에서 전사하였다.

 

엄길리 느티나무는 엄길리 마을의 상징인 동시에 영암군 지역의 대표적인 노거수이다. 그리고 예전에는 마을 당산제의 당산목이었다. 정월대보름에 마을의 안녕과 한 해의 풍년을 기원하면서 제를 올렸다. 그리고 이 느티나무가 있는 곳에서 지신밟기 등의 행사를 하였다. 이 느티나무는 1982년에 보호수로 지정되어 보호되면서 당산제가 중단된 이후 당산목의 역할을 더 이상 하지 않게 되었다. 

 

현재는 이곳 주민들이 나무 그늘의 정자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쉬는 공간으로 이용하고 있다. 주민들은 정자에 냉장고까지 갖다 놓고 선풍기까지 설치하였으니 세태가 많이 변하고 세상이 많이 달라졌다. 주민들은 음영수 아래의 산들바람과 더불어  인공의 바람까지 불러들여 땀이 이마에 맺히는 여름날 여러모로 좋은 시절을 보내고 있다. 

 

▲ 마을 주민들이 농사 일를 마치고 더위를 피해 나무 그늘 아래 정자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며 쉬고 있다.

 

지나는 길손은 남의 냉장고에 손을 대면 안 되지만 주민들은 때에 따라 길손에게 냉장고 안의 음료수 등을 건네기까지 하니 아직도 인심이 후한 곳이다. 그리고 여름날이면 항상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는 주민들은 길손의 관심과 질문에 나무자랑, 동네자랑, 영암자랑에 신이 나 있다.

 

이 느티나무와 관련하여 구전하는 이야기에 따르면 아주 신박한 콘텐츠가 있다. 고려시대 말에 일어난 일화로 전해지고 있는데 그 내용을 소개해 본다. 이 마을에 ‘민정’이라는 여인이 있었는데, 그녀는 아들이 과거에 급제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느티나무 밑에서 합격의 소원을 매일 빌었다. 그렇지만 아들이 처음으로 치른 과거시험에 낙방하였다. 이 느티나무는 아들이 과거시험에 떨어진 해부터 갑자기 나뭇잎이 마르기 시작하여 다음해가 되자 거의 고사하였다. 그런데 아들이 몇 년 후 과거에 급제하자 이 느티나무는 말랐던 잎이 다시 돋아나 과거시험의 합격을 축복하였다고 전한다. 이런 설화는 느티나무 앞 보호수 안내판에 요약하여 정리되어 있다.

 

이 느티나무는 800살이 되어 천년수로 불리며 사랑을 받고 있으니 그 켜켜이 쌓인 세월 동안 이런 정도의 설화가 만들어지는 자연스럽다고 할 수 있다. 이 나무는 1,200년대에 유라시아 대륙을 제패하여 대제국을 건설한 몽고제국의 침입이 있을 때에도 전란의 피해를 입지 않고 고스란히 살아남았으니 여러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은 게 도리어 이상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부연하자면, 이웃 나주에는 설재 정가신이 몽고제국인 원나라에서 벼슬을 하다가 고려로 돌아와 고향땅 노안면의 설재서원에 비자나무를 심었는데 이 나무가 700살이 된 사례와 일화도 있다.

 

천년수로 불리는 엄길리 느티나무는 드디어 킬러콘텐츠로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영암문화관광재단은 2023년 10월에 8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서호면 엄길마을 당산나무 그늘에서 황금빛 들녘과 가을 월출산의 풍경을 배경으로 '들녘음악회'를 개최했다. 서호면행정복지센터와 문화체육행사추진위원회가 함께 개최한 들녘음악회는 영암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는 예술인과 군민 등 200여명이 참여했다. 그리하여 지역사회와 문화예술이 융합하는 공연 모델의 성공 가능성을 확인한 셈이다.  작은 마을축제 형태로 치러진 들녘음악회에는 삼호중앙초교 다솜합창단의 합창, 대중음악 공연, 신북중 뮤즈오케스트라의 연주, 영암평생배움학교 학습자들의 시낭송과 시화 전시, 극단 '영암'의 당산나무 주제 낭독극 등이 이어졌다.  이 들녘음악회는 숨겨진 지역자원의 발굴과 지역정체성 발현 등을 통해 마을축제로 발돋움할 가능성을 일단 보였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서호면 엄길마을의 유서 깊은 당산나무 아래서 음악회가 진행돼 지역문화와 전통에 대한 존중이 돋보이는 행사가 됐다는 평가가 있다. 

 

행사를 기획한 프로듀서는 "당산나무 뒤편에 보이는 황금빛 들녘과 월출산, 그리고 공연 프로그램이 어떻게 하면 함께 어우러지고 아름답게 보일 수 있을지 많은 고민을 했고, 유명 가수를 초청하지 않고도 지역의 자원을 활용해 풍성하게 행사를 치러낼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는 지역 스스로 자생적인 관광콘텐츠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 지난해 10월 18일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영암군 서호면 엄길마을 느티나무 그늘 아래에서 들녘음악회를 개최하고 있다. (촬영=2023년 10월18일 본사 사진부)

 

이제 문제점은 이 느티나무 주변의 편의시설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달랑 정자만 하나 있을 뿐이고 차량을 세울 공간이 전혀 없다. 여름날이면 승용차가 길가에 위험하고 무질서하게 주차되어 있으니 가슴을 졸이기도 하는 실정이다. 주변의 농지를 과감하게 근린공원으로 매입하여 주차시설을 갖추는 게 시급하다. 농지소유자가 버틴다는데 그게 이유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웃 강진군과 해남군처럼 문화관광재단이 2023년에 설립되었으니 전남관광시대를 맞아 어떤 모습으로 지역관광발전이 이루어질지 자못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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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자치일보 김성후 회장     

          - 약 력 -

건국대학교 경제학과 졸업(경제학 학사)

미국 University of North Texas 경제학 석사

미국 Oklahoma State University 경제학 박사 

 

(前)전남도청 중기재정계획, 관광객전문식당

     심사위원회 및 기타 다수 위원회 위원 

     한국해양관광학회 부회장 및 편집위원장 역임

    무등일보 및 광주매일신문사 경제칼럼 집필진

    전남매일 관광칼럼, 아프리카기행 집필진

    전남매일 편집자문위원회 위원 

    (사)소비자시민모임 광주지부 운영위원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 위원

     동신대학교 경제학과, 관광학과 교수

 

(現)국제문화창작연구회 회장

     세종문화경제원 대표이사

     전남자치일보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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